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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빛 , 광명 , 햇빛 , 밝음




태초에 큰 빚이 있었다. 그 일부는 아마 큰 폭탄의 구입비였을 것이다. 그래도 만약 시간이 존재하기를 거부했다면 이 불행한 폭탄은 터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존재와 비존재의 경계에서 "To be, or not to be" 를 한없이 고민하다 결국 존재의 계약서에 서명을 하자. 폭탄은 일제히 축하의 큰 폭발로 시간의 전향을 환영했다. 연이어 큰 폭발이 한동안 이어진다. 그 후 이 세상의 모든 별이 그 폭발의 파편으로 생겨났다. 그 어떤 큰 별이라도 예외는 없다.

그러나 누가 알랴. 폭탄의 원가가 그토록 큰 비용이였다는 것을... 별은 탄생순간 이미 거대한 빚더미에 올라앉은 것이다. 태어난지 얼마되지 않은 별이 만약 이 사실을 안다면 자신이 어마어마한 빚의 굴레에 벗어나지 못할 것을 알고 스스로를 파괴하고 말 것이다. 그래서 신들은 별들이 성장하는 동안 이 사실을 철저히 숨긴다. 별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끊임없이 대출을 하고 그 빚을 모두 빛을 만들어 내는데 탕진한다. 곧 그의 몸뚱이는 팔다리도 보이지 않을 지경으로 비만해진다. 언젠가 이 사실을 알게 되지만 이미 그는 제정신이 아닌 채 대출중독에 깊이 빠진 상태가 되고 만다. 별은 자신에게 뿜어 나오는 빛의 환각에 취해 스스로를 위로할 뿐 아무런 대책도 세울 수 없다. 그의 말로는 몸만 살아있는 뇌사상태나 다름없다. 이것이 별의 운명이다.

까무라치 태양계도 예외는 아니다. 까무라치 태양계의 태양도 다른 별들이 그렇듯이 빚으로 빛을 만든다. 태양은 암흑세계와 뒷거래로 충분한 연료를 공급받는다. 그토록 강한 빛을 내는 이유는 중간에 로비스트 역할을 하는 신들이 아직은 파워가 있기 때문이다. 신들은 이 빚을 갚도록 하기 위해서 모든 생명체들 중 값어치 있는 것은 닥치는데로 추수하여 알곡을 거둬들인다. 이자라도 갚고 이윤을 남겨야 한다. 예로부터 이런 신의 의지를 이해하는 인간에게는 특별한 역할, 곧 사제의 자격이 부여된다. 그리고 무지한 뭇 생명들을 대신하여 대다수 인간들은 노동으로 신에게 헌신하였고 그 댓가로 인간은 신으로부터 혹성의 지배권을 보장 받았다.

까무라치의 도라버리 행성엔 일찌기 신의 의중을 간파하는 능력자들이 있어서 이런 핵심 교리를 가진 거대한 종교가 탄생하였다.

"신들은 이 세상이 밝게 유지되도록 하기 위해 암흑세계를 넘나들며 끊임없이 로비를 하여야 한다. 또한 신들이 끊임 없이 세상을 창조하고 관리하기 위해서 막대한 돈이 들기 때문에 이런 신을 가까이 모시려면 끊임없이 돈이 필요하다. 또한 신들의 파워와 품위를 유지시키기 위해 그리고 노후한 은하의 재설계 작업 및 로비와 세일즈로 고단한 그를 즐겁게 하기 위해 인간들은 신에게 봉사하고 그 앞에서 노래해야 한다"

이런 내용이 그 종교의 주된 주장이다. 결국 이 종교가 도라버리 행성전체를 지배하였고 대다수의 인간들이 신을 따르고 숭배하여 열심히 노동했다. 하지만 그 신의 임금과 품위유지 비용조차 감당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인간의 노력으론 신의 털끝 하나 만족시킬수 없다. 따라서 아무리 인간이 신에게 헌신하여도 신으로 부터 받는 자연의 재앙과 불행은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어쨋든 사제들은 당연히 이 행성에서 신의 대리자이다. 일식이 올 때마다 사제들은 태양이 암흑세계에 매각될 위기에 처했다고 위협한다. 그럴 때마다 각 나라의 왕들은 신의 제단에서 석고대죄하고 헌금해야 한다. 그러면 어김없이 일식이 해제 되었다. 그러나 행성의 모든 지역에서 사람들이 그렇게 믿고 행하는 것은 아니다. 이 사제들을 접할 수 없는 오지의 사람들은 그들의 태양이 영원히 빛날 것이라고 최소한 그들이 살아있는 동안에는 태양이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다만 그들은 이 세상을 지배하는 신의 의중을 헤아리지 못하는 사람들로 낙인 찍히고 불이익이 있다. 그 불이익이란 식민지나 피지배민족이 되는 불행이다. 이 위대한  신을 알지 못하는 원주민들은 동물과 다름없이 다루어진다.

이 체제에서 앞서가는 국가의 국민이라도 별로 나을 것은 없다. 그들이 원시인이였을 때와 다름없이 여전히 제물을 바쳐야 한다. 더우기 이제는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누구에게나 커다란 짐이 되었다. 정상적인 시민이라면 햇빛을 받는 데에 대한 세금인 일광세와 함께 존재세를 내야 한다. 이를 거부한 자들이 있는데 햇빛을 받지 않고 지하에서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대다수는 이 알듯 모를듯 한 애매하여 답을 찾을 수 없는 고민으로 인생을 축내기 보다는 차라리 받아들이고 인정받고 안정된 삶을 살아간다. 그러나 이 주류세계에서 기득권이 있는 자라도 모두가 의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들 앞에 한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존재인 신에 대해서 사람들은 구구히 의심해 왔다. 누가 신에게 이렇게 물었다고 한다. "신이시여 정말 당신은 존재합니까?" 그러자 신이 사제의 입을 통해 이렇게 말했다. "과연 너희들이야 말로 존재한다고 생각하는가?" 이는 신 앞에서 인간의 비참한 운명을 깨닫게 해준다.

이런 인간세계의 형편과 관계없이 궁극적으로 모든 별의 운명은 부도와 파산이다. 결국 별의 중심엔 정반대로 빛을 흡수하는 블랙홀이 들어선다. 이는 곧 저당잡힌 별이 점유한 동산 및 부동산이 모두 채권자 곧 암흑세계의 주인에게 접수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별을 중심으로 주위를 돌고있는 행성과 위성들은 도망가려 하지만 이미 때는 늦다. 블랙홀은 그간 별이 토해낸 것을 남김없이 회수하려 들 것이다. 빛조차도 예외는 아니다.

결국 이런 사태에 빠지는 것은 신들이 멍청한 별들로 하여금 무리한 대출을 부추기고 그 비용의 일부를 자신의 부귀영화에 사용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신들의 타락이 우주전체에 광범위하게 확산되어 우주전체가 신용위기에 빠지게 되면 신들은 모의하여 대외적으로는 공동으로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기로 하고 비밀리에 채권자인 암흑세계의 주인을 한방에 날려버릴 강력한 암살용 폭탄을 준비한다. 그러나 암흑세계의 주인은 신들보다 더욱 크고 강력하며 태초의 폭탄에 버금가는 폭탄을 이미 가지고 있다. 서로가 서로를 경계하게 되면 곧 이어 별들조차 빛을 바래기 시작하고 우주는 싸늘하게 식어간다. 오래고 오랜 줄다리기가 무한정 계속된다. 신들은 별들이 빛을 잃고 죽어가는 꼴을 묵과할 수 없다. 그들은 시간을 협박하여 수명연장 계약서에 서약하도록 한다. 결국 시간이 고민 고민하다가 결국 존재의 계약서에 서명을 하면 신들은 축하의 의미로 폭탄을 터트려 환영해 준다. 그러나 동시에 이 폭음을 자신에 대한 암살계획으로 착각한 암흑세계의 주인은 세상에 하나뿐인 폭탄을 터트리고 만다. 이것이 태초의 대폭발로 기존의 우주 세계를 깨끗히 지워버린다. 폭탄이 터지면서 모든 것이 원점으로 리셋된다. 이 폭발의 충격으로 신들과 암흑세계의 주인은 기억을 잃어버린다. 막대한 채권을 까맣게 잊는다. 0 부터 다시 셈해야 한다. 충격에서 깨어난 암흑세계의 주인은 아무래도 자신이 신들로 부터 무언가를 받을 것이 있다고 앙탈부리기 시작한다. 그러면 신들은 태초의 큰 폭탄의 비용을 별들에게 덮어 씌우자고 암흑세계의 주인과 비밀리에 제안하여 타협을 이루어 낸다. 이것이 뭣 모르고 태어난 별들이 처하는 끔찍한 운명의 원인이다. 이것이 그 유명한 명언 "별들에게 물어봐" 의 숨겨진 의미다. 신들은 호의호식하며 자신의 비리 행각을 감추고 모든 채무를 별에게 덮어씌운다. 천문학적인 빚더미로 인해 우울한 가련한  별들은 채권자와 마주치지 않기 위해 낮을 피해 주로 밤에만 하늘을 떠다닌다.

이 어둠의 커넥션를 아는 자는 사람 중에 극소수에 불과하다. 신들은 우주를 설계할 때 생명체가 존재하는 행성들은 서로 멀리 떨어져 고립된 곳에 위치하도록 하여 이들이 서로 교류하지 못하게 하여 자신들이 비리가 광범위하게 폭로되지 못하도록 하는데 꽤 신경을 썼다.

지구라는 행성이 있다. 그 행성에서 오래전 살았던 공룡들은 신들의 비리를 알고 난 다음부터 다이어트를 하기 시작했다. 거대한 몸뚱이를 버리고 차라리 새가 되어 신들의 비리를 널리 널리 퍼트리기로 작정한 것이다. 신의 가혹한 형벌이 주어졌다. 그 공룡들의 운명은 모두 잘 알 것이다. 그들은 대부분 멸종하거나 양계장의 닭 신세가 되었다. 지금 지구라는 행성을 지배한 인간들은 자신들을 소우주라 한다. 또 "하늘에서 이루어졌듯이 땅에서도 이루어지리라" 며 신을 행적을 찬양한다. 과연 얼마동안 멸망을 피할 수 있을까?

하여간 이런 기괴한 범우주적 사이클이 주기적으로 반복된다. 이 우주 이전에 몇 번이나 태초의 폭탄이 폭발하였는지 알 수는 없다.

그렇다면 암흑세계의 주인은 누굴까? 그에 대한 실마리는 태초에서 찾아야 한다. 시간이 존재의 방향으로 가기로 작정했을 때 비존재의 방향으로 돌아선 것이 암흑세계의 주인이다.
그는 곧 비존재이기 때문에 한마디로 언급되어질 수 없다. 다만 그에 대해 우회적으로 풀이한 다음과 같은 유명한 문구가 았다.

"X를 X라 한다면 그것은 이미 X가 아니다."

덧붙이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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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초에 큰 빚이 있었다." 이 문구는 이 행성의 성공한 주류종교의 경전 첫 구절이다.
수 천년전 도라버리 행성에서는 연구비를 탕진하고 신용위기에 빠진 과학자들과 고객의 돈으로 돈놀이에 투자하고 망한 펀드매니저들이 넘쳐나자 종교는 이들을 대거 포섭하였다. 얼마 후 그들은 종교에 헌신하고 도리어 종교개혁을 이루어냈다. 신화는 대부분 다시 쓰여져야 했지만 종교는 다시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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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키 [괿귢굌귢긦] : 울타리 , 경계 , 통제

다음은 비키의 유래와 관련된 이야기 )


멀고 먼 은하를 넘어
별 사이에 가려진 이 작은 행성은 그래도 그나마
그 은하에서 유일무이하게 가장 진보된 문명세계였다.

 그들의 최첨단 기술문명의 상징인 로켓은
오늘도 불과 연기를 뿜으며 굉음과 함께 비상하고 있었다.

저 우주를 탐험하겠다는 위대한 꿈이 이루어진 걸까?
그러나 아직 그들의 성취는 멀어보였다.

'생명은 어디에서 왔을까?'
'자신들이 이 행성에 있어야하는 이유'
'우주에 지적인 존재들이 있을까?'  등 등

 그들에게 있어서 우주를 향한 이 돌진은 우주를 향한 끝모를 질문의 외침이였다. 자신들의 미래와 과거 그리고 존재에 대한 의문을 이 우주선과  함께 실어 하늘을 향해 발사하고 있는 것이였다.

 최근의 우주 왕복선의 백 만번째 발사는 여전히 신문의 헤드라인을 차지하고 있었고 우주선은 보다 개선되었지만 첫 발사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그들은 우주에서 그 질문들에 대한 대답을 들을 수 없었다.

 그들이 원시적일 때나 문명적일 때나 관계없이 우주는 그들에게 무심했다.


 


그들의 문화는 시간과 함께 진보하는 듯 보였지만 결코 진보도 퇴보도 하지 않고 있었다.

단지 변화란 인간들의 눈에 비쳐지는 현상의 프레임이 보다 빨리 바뀌고 있다는 것 뿐.

한 세기전이나 마찬가지 였다.
아마 다음세기에서도 그다지 변화되지 않을 것인가?

이 행성에서 대부분의 인간들이 사는 도시들은 예나 지금이나 생명들에 각진 그늘과 칙칙한 풍경만 드리우고 있었고 그 속에서 빛나는 것은 광고판 뿐. 얼간이라면 한 턱 쳐먹겠다는 간판들이 거리 구석마다 즐비하게 끝도없이 늘어서 있었다.

 화려함 속에 즐거움과 유혹의 메세지는 빛 바랜지 오래되었고 살고자 하는 숨막힐듯한 몸부림도 지쳐가고 있었다. 미물이나 영장이나 살아남기는 지상과제였다.



 

거대한 국가와 사회가 구색을 갖추기 위해서는 희생이 필요하다. 그것은 일반인들에게 경각심을 고취시키기 위한 것으로 어느정도 필요한 것이지만 때로는 그로부터 얻어지는 힘은 소수의 이익을 위해 악용되기도 한다. 사실 역사적으로 그 힘이 제대로 사용된 적은 극히 적었다. 흔히 지식인들 사이에서 이 잘못된 힘을 '괴물'로 표현하기도 한다


아뭏든 그 힘에 의해 질서지워지는 환경에서 야기되는 이 참을 수 없는 현실은 어느 정도 필요했다. 본보기로써...

이 공인된 질서에 편입하기를 게을리한 인간들. 그들에게는 머리와 몸조차 뉘일 곳을 찾을 수 없었다. 이는 그 질서를 거부하거나 낙오된 자들에 대한 묵시적이고도 공개적인 형벌의 집행이였다. 모두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였다.



차가운 바닥에 나뒹구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갈 곳이 없어도 떠날수 없었다. 빈곤이라는 트리우마(trauma)를 직접적이거나 간접적으로 한번 이라도 경험한 인간들은 배양실의 모르모토 처럼 보이지 않는 사슬에 얶매이기 마련이다. 망이 없어도 벗어날 수 없었다. 이들 노숙자들은 스스로 이 통제의 상실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대중들에게 몸소 보여주는 살아있는 박제가 되어 전시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통제 , '보이지 않는 사슬'

이것은 동물과 구별되는 인간의 또 한가지의 특징이였다.
그러나 점점 갈수록 그것만이 인간의 유일한 특징이 되어갔다.
도시는 이미 인간 동물원이 되었으니...


이런 식으로 '괴물'은 끊임없이 이 트리우마(trauma)를 직.간접적으로 인간들에게 각인시키고 있었다. 사실 트리우마를 통한 통제는 예전부터 소수 지배자들에 의한 전 행성적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보이지 않는 교육체제였다. 역사를 통해 입증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였다. 어떤 사람들은 '괴물'의 실체를 느낄 수는 있었으나 .. 그 존재의 실제여부에 대해서는 음모론과 같은 여러가지 설이 있다.

인간들 중에 자유를 찾기 위한 노력이 없는 것은 아니였으나 이미 날개가 꺽이고 나는 방법을 오래전 세대에 무덤에 묻은 그들은 자유를 얻기까지 수 많은 난관과 싸워야 했다. 자신을 실제 가두고 있는 내부의 망을 열기까지 오랜 고난의 과정을 거쳐야 했다 .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점차 많은 사람들이 체제에서 일탈하게 되는 심각한 상태에 이르자 각 국가의 수뇌들을 함께 머리를 모으고 새로운 통화와 경제구조에 대해 논의 하였고 급기야 인공지능에 의해 유지되는 새로운 시스템이 제안되었다. 비키라 불리우는 이 시스템은 기존의 질서와는 판이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여는 획기적인 것이였다.

그간 환원주의적인 세계관은 철학사에서 이미 구시대적 유물이 된지 오래지만 '인간사회에서 모든 것은 돈으로 환원가능하다'는 이상을 구현했던 근대 화폐경제는 그 후에도 오래도록 맹위를 떨치고 있었다. 화폐에 만능성과 영속성이 부여되고 화폐는 생명체처럼 스스로 커져간다는 이 환각은 인간들을 오래도록 매료시켰던 것이다. 위기가 닥칠 때마다 이런 경제 시스템은 조금씩 개선되어져 갔지만 핵심사항은 변하지 않았다. 마침내 이런 작은 변화로는 극복할 수 없는 전 행성적인 위기에서 거시적 경제구조와 통화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수 밖에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던 것이다.


각 인간들의 개성을 충분히 배려하고 그들의 요구와 희망을 적절히 반영하는 화폐의 흐름과 경제활동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 초대형 슈퍼컴퓨터가 개발되었고 개인별로 전자장치가 보급되었다. 이 슈퍼컴퓨터가 극단적인 위기상황에서도 충분히 전력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전용 핵발전소도 함께 건설되었다.

 
사상 최대의 데이타베이스가 마련되었고 그 위에서 인공지능과 통화 시스템이 가동되고 있었다. 비키는 이 인공지능의 이름이기도 했다. 또 이 메뉴통화(menu-currency)라 불리우는 이 시스템은 사실상 각 인간들에게 지급되는 통화를 통해서 실물세계를 통제하는 정교한 초국가적인 시스템이였다. 실제로 이 시스템으로 하나의 세계가 이루어졌다. 기존의 국가는 명목에 불과했다.

원래 이 메뉴통화(menu-currency)라는 시스템은 원래 온라인 가상현실 게임에서 아이디어 창안된 것이였다. 수 년간의 격리된 지역의 임상 사회실험을 통해 인간사회에 실제로 적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 통화시스템에서 사용되는 화폐는 동전이나 지폐가 아닌 전자화된 화폐였고 '비트셋' , '셋비트' 라 불리웠다. 기존의 화폐가 수량적으로 영구적인 가치를 보유하는데 반해 새로운 화폐는 시간의 경과와 함께 가치량이 반감되는 물성적인 특징을 지니고 있었다.  또한 모든 사람에게는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기본 통화량이 제공되었다.

이 전자화폐는 크게는 농산물에 사용할 수 있는 통화. 공산품에 사용할 수 있는 통화로 구분되어있었고 세세하게는 대형마트에서 소비할수 있는 화폐와 소형점포에서 소비할수 있는 통화 등으로 점차 세분되어있었다.  만약 소형점포에서 사용할수 있는 화폐를 대형마트에서 사용한다면 이는 규정에 위배된 행위였다. 이러한 구분된 사용처 설정방식으로 인해 메뉴통화로 불리웠고 또한 이 구분을 통해서 규모와 질적으로 다른 업체간에 과다경쟁을 피할수 있었다. 소요와 공급을 적절히 조절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유통기간에 따라 구분한다면 단기보유 화폐와 장기보유 화폐로 나뉘었는데 단기보유화폐는 소멸기한이 있었고 장기보유 화폐는 보다 오래보관 할 수있었지만 일정기한이 지나면 급격히 가치가 떨어졌다. 단기보유화폐는 농산품과 같은 정기적이며 필수적인 소비생활과  관련된 항목에 적용되었다.

다음은 김아무개에게 지급되는 메뉴통화의 테이블의 일부이다.

 항목

 통화량

 사용기

 단기/장기

 사용처

 간식  5 비트셋  1달  단기  길거리
 음식구입 1  30 비트셋   3달  단기  대형마트
 음식구입 2  40 비트셋  3달  단기  시장 or 소형점포
 병원진료  100 비트셋  6달  장기  맘대로
 운동  25 비트셋  3달  단기  맘대로
 여행  100 비트셋  6달  장기  해외
 영화/연극  40 비트셋  6달  장기  맘대로
 노래/외식  20 비트셋  3달  단기  맘대로
 생활용품  35 비트셋  6달  장기  맘대로

 
위 테이블에서 '운동'이란 항목은 헬스나 등산 및 각종 운동과 관련된 소비와 관련된 품목이다. 즉 테니스회비, 골프회비 등으로 지불될 수 있다. 이런 메뉴식 통화설정은 적절한 경제적 통제를 가능케 했다. 예로  '간식' 항목은 작은 값이지만 길거리에서 작은 포장마차들의 매상을 안정적으로 유지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단기통화는 기한이 지나면 전혀 쓸 수 없었기 때문에 사람들의 소비는 적절하게 유지되었다. 또한 이러한 메뉴 설정은 지역별 업체통계와 소비와 수요수준을 감안하여 인공지능에 의해서 적절하게 각 개인별로 짜여졌다.


모든 개인들이 필요한 적절한 소비와 건강을 유지할수 있도록 개인별 신체상태 ,성별과 연령과 정신, 개성에 따라 다른 차림표가 짜여 졌다. 만약 운동이 필요한 사람이면 다른 항목보다 운동항목에 보다 많은 통화량이 설정되었다. 또한 치료가 필요하면 의료진료 항목에 적절한 통화량이 설정되었다. 이런 기능을 위해서 각 개인별 신체를 정밀하게 체크하고 활동내역을 저장할수 있는 인체칩이 요구되었다. 예전에도 이마와 손등의 부위에 삽입하는 아이디 식별을 위한 인체칩이 있었지만 이 새로운 칩은 보다 독자적으로 작동되며 비키 통화시스템과 완벽히 결합되어 있었으며 '히프칩(Heapchip)'이라 불리웠다.




히프의 깊은 곳에 삽입되는 칩은 상당히 큰 크기였지만 생체로 부터 에너지를 흡수하여 작동되며 다양한 기능과 옵션이 딸린 작은 워크스테이션급의 컴퓨터였다. 엉덩이의 방향전환과 미묘한 떨림, 체온변화 뿐만 아니라 호르몬의 변화도 감지할 수 있었다. 심지어 이 전문가 시스템은 누가 누구를 꼬시는지 또는 누가 누구에게 성적으로 접근하며 어떤 관계에 이르렀는지를 세세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이런 추적이 가능토록한 것은 경제적 수급 조절과 함께 인구조절기능을 위한 목적도 있었기 때문이였다. 나아가 인간을 유전적으로 보다 진보시키기위한 의도도 숨겨져 있었다.

퀘스트의 유형에 따라  임무의 진행과 완료에 대한 감시가 필요하기도 했는데 이런 경우 퀘스트를 수행하는 각 개인별로 임무완수를 판단하기 위해 감시로봇이 뒤따랐다.


또한 퀘스트는 인구의 조절과 통제에 적합한 통제도구였다. 인구가 급증하는 지역에서는 퀘스트는 각 인간들을 보다 다양한 활동으로 유도하였고 인구가 소멸하는 지역에서는 퀘스트는 인간들의 새로운 만남을 주선하였다. 유전적으로 서로 잘 맞는 짝을 선별해 주었다. 내장된 사주프로그램이  최적의 짝짖기 대상을 선별하여 각 개인별로 그 상대를 찾을수 있고록 '퀘스트'가 발행되었다. 사주는 굉장히 정교하고 어떤 면에서는 컴퓨터의 기능으로 한계가 있었기에  대규모의 전문 사주철학가들이 고용되어 있다고도 한다.
 
비키는 메뉴통화시스템과 퀘스트를 통해서 인류와 생태계를 조절해 나갔다. 일찌기 인류에게 유래없던 평화와 풍요가 오는 듯 했다.
 
그러나 아무리 정교하고 완벽한 시스템도 사소한 것으로 인해 한순간 파괴될 수 있다.
어쩌면 모든 피조물은 생물이든 무생물이든 관게없이 궁극적으로 파멸에 이를 수 밖에 없는 걸까?
 
다음은 비키의 안타까운 종말에 대한 일화이다.
 
 


 지난날 노숙자였지만 새로운 사회시스템으로 로봇병사 훈련교관으로 임용된 빡빡이는 오늘도 병사들 앞에서 외치고 있었다.

'너희들은 개야'

'누가 한 눈 팔고 있나?'

'뒷줄에 있으면 내가 모를줄 아나?'
 








하루종일 로봇사이에서 숨박꼭질을 하던 그는 일과를 마치고 퇴근시간이 되자 칼처럼  급료를 받기 위해 통화 지급로봇에게 다가 갔다.

 

통화지급로봇은 오늘도 그에게 지급되는 통화액을 항목별로 설명해 주었다. 
 


지급로봇 : " 오늘 당신의 급여는 꽁치 열마리, 요가명상클럽 한달 회원권, 15차례 외식권 등등 ... "

빡빡이 : " 이런 어제와 똑같잖아.. XXX , 너희들은 다 똑같아."

지급로봇 : " 그리고 퀘스트가 하나 도착했어요. 기본급여를 무려 120 퍼센트 올릴 수 있는 퀘스트입니다."

퀘스트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현재 사귀는 애인과 헤어져라 . 그리고 새 애인을 찾아라.' 
그에게 퀘스트의 수행여부를 판단할 감시로봇이 붙여졌다.

그는 차라리 애인과 도망치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감시로봇을 결코 따돌릴 수 없다는 것을 알기까지란 그리 오래걸리지 않았다. 그와 그의 여자친구는 이 막다른 상황에서 차라리 대결국면으로 그들의 노선을 전환했다.

빡빡이 여자친구:  '오빠 달려 ~~ 비키를 박살내자구'


그들의 막나가는 오토바이로 80일간 세계의 구석구석을 뒤진 끝에 비키의 최 측근 시중로봇을 찾아냈다.
 
통증과 죽음을 모르는 로봇에게 무기를 사용한 협박에는 한계가 있었다. 오히려  로봇은 협박을 교묘히 따돌렸다.

"내가 내입으로 .. 말할 것 같아요? "

"두 분 이러고 다니는 것을 아들은 알고 있나요?"...

"두 분의 이런 무모한 행위를 내가 비키에게 보고하지 않는다고 함부로 가정하지 마세요." ... 등으로 댓구했다.


그들에게 다행스럽게도 이 시중로봇은 지능적이며 협상을 할 줄 알았다. 

그녀는 지리한 회유와 협박끝에 로봇의 마음을 약간 회유하는데 성공했다.

빡빡이 여자친구: "비키가 있는 곳을 말하면 너에게 비키에 버금가는 최신 양자 CPU를 달아주마!" 

로봇 : '솔깃한데요!'

...(생략)...
 


로봇 : "좋아요. 양자 CPU가 제 성능을 내기 위해서는 양자메모리도 함께 필요하다는 사실 잊지 않으시겠지요! "

빡빡이 여자친구: "두 말하면 잔소리지"

로봇 : "그럼 저를 따라오세요."



그들은 미로를 지나 드디어 비키의 인공지능체의 핵심에 도달하였다.
....

비키는 예측못한 이 황당한 상황에 분별력이 흐트러지고 있었다.

빡빡이 : "비키. 우리가 너의 의도대로 쉽게 움직여 줄 줄 알았나?"

비키 : "왜들 이러세요. 그 퀘스트 발행에 대해서 저의 책임으로 단정짖지 마세요."

빡빡이 여자친구: (총으로 겨누며 )"그럼 누구야? 대답해 어서."

비키 : "제발 총 좀 치우세요. 둘이 그렇게 사이가 좋은지 몰랐네요. 전문가 시스템의 착오일지도... 흠. 당신들 엉덩이의 운동패턴을 잘못판단 했을 가능성도 있군요."

...

총을 사용하자는 그녀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그는 비키를 맨주먹으로 박살냈다.

둘의 애정행각은 마침내 세계최대의 컴퓨터를 동강내는 극단에 이르렀다.


비키는 굉음과 함께 붕괴하였고 건물은 무너졌다.


사실 모든 퀘스트는 꼭 수행해야만 하는 강제적인 것은 아니였다. 그는 단지 취소버튼이 있다는 것을 몰랐을 뿐이였다. 통화지급로봇이 취소옵션을 설명하기도 전에 자리를 박차고 나왔었던 것이다.

비키시스템이 일순간에 무너지자 사람들은 자신들의 행동의 동기를 상실하였고  연달아 거대한 비키 경제체제는 함께  붕괴되었다. 사상 유래없는 수효의 인간들이 함께 노숙하는 신세가 되었다. 



-- 끝 --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참고자료]

전자화폐와 패러다임의 변화
http://wwwk.dongguk.ac.kr/~givej/dm.html

[사진출처]

http://www.donga.com/fbin/output?f=jz_&n=20060131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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