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에 큰 빚이 있었다. 그 일부는 아마 큰 폭탄의 구입비였을 것이다. 그래도 만약 시간이 존재하기를 거부했다면 이 불행한 폭탄은 터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존재와 비존재의 경계에서 "To be, or not to be" 를 한없이 고민하다 결국 존재의 계약서에 서명을 하자. 폭탄은 일제히 축하의 큰 폭발로 시간의 전향을 환영했다. 연이어 큰 폭발이 한동안 이어진다. 그 후 이 세상의 모든 별이 그 폭발의 파편으로 생겨났다. 그 어떤 큰 별이라도 예외는 없다.
그러나 누가 알랴. 폭탄의 원가가 그토록 큰 비용이였다는 것을... 별은 탄생순간 이미 거대한 빚더미에 올라앉은 것이다. 태어난지 얼마되지 않은 별이 만약 이 사실을 안다면 자신이 어마어마한 빚의 굴레에 벗어나지 못할 것을 알고 스스로를 파괴하고 말 것이다. 그래서 신들은 별들이 성장하는 동안 이 사실을 철저히 숨긴다. 별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끊임없이 대출을 하고 그 빚을 모두 빛을 만들어 내는데 탕진한다. 곧 그의 몸뚱이는 팔다리도 보이지 않을 지경으로 비만해진다. 언젠가 이 사실을 알게 되지만 이미 그는 제정신이 아닌 채 대출중독에 깊이 빠진 상태가 되고 만다. 별은 자신에게 뿜어 나오는 빛의 환각에 취해 스스로를 위로할 뿐 아무런 대책도 세울 수 없다. 그의 말로는 몸만 살아있는 뇌사상태나 다름없다. 이것이 별의 운명이다.
까무라치 태양계도 예외는 아니다. 까무라치 태양계의 태양도 다른 별들이 그렇듯이 빚으로 빛을 만든다. 태양은 암흑세계와 뒷거래로 충분한 연료를 공급받는다. 그토록 강한 빛을 내는 이유는 중간에 로비스트 역할을 하는 신들이 아직은 파워가 있기 때문이다. 신들은 이 빚을 갚도록 하기 위해서 모든 생명체들 중 값어치 있는 것은 닥치는데로 추수하여 알곡을 거둬들인다. 이자라도 갚고 이윤을 남겨야 한다. 예로부터 이런 신의 의지를 이해하는 인간에게는 특별한 역할, 곧 사제의 자격이 부여된다. 그리고 무지한 뭇 생명들을 대신하여 대다수 인간들은 노동으로 신에게 헌신하였고 그 댓가로 인간은 신으로부터 혹성의 지배권을 보장 받았다.
까무라치의 도라버리 행성엔 일찌기 신의 의중을 간파하는 능력자들이 있어서 이런 핵심 교리를 가진 거대한 종교가 탄생하였다.
"신들은 이 세상이 밝게 유지되도록 하기 위해 암흑세계를 넘나들며 끊임없이 로비를 하여야 한다. 또한 신들이 끊임 없이 세상을 창조하고 관리하기 위해서 막대한 돈이 들기 때문에 이런 신을 가까이 모시려면 끊임없이 돈이 필요하다. 또한 신들의 파워와 품위를 유지시키기 위해 그리고 노후한 은하의 재설계 작업 및 로비와 세일즈로 고단한 그를 즐겁게 하기 위해 인간들은 신에게 봉사하고 그 앞에서 노래해야 한다"
이런 내용이 그 종교의 주된 주장이다. 결국 이 종교가 도라버리 행성전체를 지배하였고 대다수의 인간들이 신을 따르고 숭배하여 열심히 노동했다. 하지만 그 신의 임금과 품위유지 비용조차 감당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인간의 노력으론 신의 털끝 하나 만족시킬수 없다. 따라서 아무리 인간이 신에게 헌신하여도 신으로 부터 받는 자연의 재앙과 불행은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어쨋든 사제들은 당연히 이 행성에서 신의 대리자이다. 일식이 올 때마다 사제들은 태양이 암흑세계에 매각될 위기에 처했다고 위협한다. 그럴 때마다 각 나라의 왕들은 신의 제단에서 석고대죄하고 헌금해야 한다. 그러면 어김없이 일식이 해제 되었다. 그러나 행성의 모든 지역에서 사람들이 그렇게 믿고 행하는 것은 아니다. 이 사제들을 접할 수 없는 오지의 사람들은 그들의 태양이 영원히 빛날 것이라고 최소한 그들이 살아있는 동안에는 태양이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다만 그들은 이 세상을 지배하는 신의 의중을 헤아리지 못하는 사람들로 낙인 찍히고 불이익이 있다. 그 불이익이란 식민지나 피지배민족이 되는 불행이다. 이 위대한 신을 알지 못하는 원주민들은 동물과 다름없이 다루어진다.
이 체제에서 앞서가는 국가의 국민이라도 별로 나을 것은 없다. 그들이 원시인이였을 때와 다름없이 여전히 제물을 바쳐야 한다. 더우기 이제는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누구에게나 커다란 짐이 되었다. 정상적인 시민이라면 햇빛을 받는 데에 대한 세금인 일광세와 함께 존재세를 내야 한다. 이를 거부한 자들이 있는데 햇빛을 받지 않고 지하에서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대다수는 이 알듯 모를듯 한 애매하여 답을 찾을 수 없는 고민으로 인생을 축내기 보다는 차라리 받아들이고 인정받고 안정된 삶을 살아간다. 그러나 이 주류세계에서 기득권이 있는 자라도 모두가 의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들 앞에 한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존재인 신에 대해서 사람들은 구구히 의심해 왔다. 누가 신에게 이렇게 물었다고 한다. "신이시여 정말 당신은 존재합니까?" 그러자 신이 사제의 입을 통해 이렇게 말했다. "과연 너희들이야 말로 존재한다고 생각하는가?" 이는 신 앞에서 인간의 비참한 운명을 깨닫게 해준다.
이런 인간세계의 형편과 관계없이 궁극적으로 모든 별의 운명은 부도와 파산이다. 결국 별의 중심엔 정반대로 빛을 흡수하는 블랙홀이 들어선다. 이는 곧 저당잡힌 별이 점유한 동산 및 부동산이 모두 채권자 곧 암흑세계의 주인에게 접수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별을 중심으로 주위를 돌고있는 행성과 위성들은 도망가려 하지만 이미 때는 늦다. 블랙홀은 그간 별이 토해낸 것을 남김없이 회수하려 들 것이다. 빛조차도 예외는 아니다.
결국 이런 사태에 빠지는 것은 신들이 멍청한 별들로 하여금 무리한 대출을 부추기고 그 비용의 일부를 자신의 부귀영화에 사용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신들의 타락이 우주전체에 광범위하게 확산되어 우주전체가 신용위기에 빠지게 되면 신들은 모의하여 대외적으로는 공동으로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기로 하고 비밀리에 채권자인 암흑세계의 주인을 한방에 날려버릴 강력한 암살용 폭탄을 준비한다. 그러나 암흑세계의 주인은 신들보다 더욱 크고 강력하며 태초의 폭탄에 버금가는 폭탄을 이미 가지고 있다. 서로가 서로를 경계하게 되면 곧 이어 별들조차 빛을 바래기 시작하고 우주는 싸늘하게 식어간다. 오래고 오랜 줄다리기가 무한정 계속된다. 신들은 별들이 빛을 잃고 죽어가는 꼴을 묵과할 수 없다. 그들은 시간을 협박하여 수명연장 계약서에 서약하도록 한다. 결국 시간이 고민 고민하다가 결국 존재의 계약서에 서명을 하면 신들은 축하의 의미로 폭탄을 터트려 환영해 준다. 그러나 동시에 이 폭음을 자신에 대한 암살계획으로 착각한 암흑세계의 주인은 세상에 하나뿐인 폭탄을 터트리고 만다. 이것이 태초의 대폭발로 기존의 우주 세계를 깨끗히 지워버린다. 폭탄이 터지면서 모든 것이 원점으로 리셋된다. 이 폭발의 충격으로 신들과 암흑세계의 주인은 기억을 잃어버린다. 막대한 채권을 까맣게 잊는다. 0 부터 다시 셈해야 한다. 충격에서 깨어난 암흑세계의 주인은 아무래도 자신이 신들로 부터 무언가를 받을 것이 있다고 앙탈부리기 시작한다. 그러면 신들은 태초의 큰 폭탄의 비용을 별들에게 덮어 씌우자고 암흑세계의 주인과 비밀리에 제안하여 타협을 이루어 낸다. 이것이 뭣 모르고 태어난 별들이 처하는 끔찍한 운명의 원인이다. 이것이 그 유명한 명언 "별들에게 물어봐" 의 숨겨진 의미다. 신들은 호의호식하며 자신의 비리 행각을 감추고 모든 채무를 별에게 덮어씌운다. 천문학적인 빚더미로 인해 우울한 가련한 별들은 채권자와 마주치지 않기 위해 낮을 피해 주로 밤에만 하늘을 떠다닌다.
이 어둠의 커넥션를 아는 자는 사람 중에 극소수에 불과하다. 신들은 우주를 설계할 때 생명체가 존재하는 행성들은 서로 멀리 떨어져 고립된 곳에 위치하도록 하여 이들이 서로 교류하지 못하게 하여 자신들이 비리가 광범위하게 폭로되지 못하도록 하는데 꽤 신경을 썼다.
지구라는 행성이 있다. 그 행성에서 오래전 살았던 공룡들은 신들의 비리를 알고 난 다음부터 다이어트를 하기 시작했다. 거대한 몸뚱이를 버리고 차라리 새가 되어 신들의 비리를 널리 널리 퍼트리기로 작정한 것이다. 신의 가혹한 형벌이 주어졌다. 그 공룡들의 운명은 모두 잘 알 것이다. 그들은 대부분 멸종하거나 양계장의 닭 신세가 되었다. 지금 지구라는 행성을 지배한 인간들은 자신들을 소우주라 한다. 또 "하늘에서 이루어졌듯이 땅에서도 이루어지리라" 며 신을 행적을 찬양한다. 과연 얼마동안 멸망을 피할 수 있을까?
하여간 이런 기괴한 범우주적 사이클이 주기적으로 반복된다. 이 우주 이전에 몇 번이나 태초의 폭탄이 폭발하였는지 알 수는 없다.
그렇다면 암흑세계의 주인은 누굴까? 그에 대한 실마리는 태초에서 찾아야 한다. 시간이 존재의 방향으로 가기로 작정했을 때 비존재의 방향으로 돌아선 것이 암흑세계의 주인이다.
그는 곧 비존재이기 때문에 한마디로 언급되어질 수 없다. 다만 그에 대해 우회적으로 풀이한 다음과 같은 유명한 문구가 았다.
"X를 X라 한다면 그것은 이미 X가 아니다."
덧붙이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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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초에 큰 빚이 있었다." 이 문구는 이 행성의 성공한 주류종교의 경전 첫 구절이다.
수 천년전 도라버리 행성에서는 연구비를 탕진하고 신용위기에 빠진 과학자들과 고객의 돈으로 돈놀이에 투자하고 망한 펀드매니저들이 넘쳐나자 종교는 이들을 대거 포섭하였다. 얼마 후 그들은 종교에 헌신하고 도리어 종교개혁을 이루어냈다. 신화는 대부분 다시 쓰여져야 했지만 종교는 다시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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